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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 샤워 "피부 장벽 손상, 정자수 감소"… 전문의가 권하는 적정 온도는?
쌀쌀해진 날씨에 따뜻한 물로 하는 샤워는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뜨거운 고온수는 오히려 피부의 유·수분 균형을 깨뜨려 피부 장벽을 손상시킬 수 있으며, 과도한 신진대사 항진으로 인해 숙면을 방해할 수도 있다. 나아가 남성 생식 능력 저하와도 연관될 수 있어, 무심코 즐기는 과도한 고온 샤워가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가정의학과 전문의 봉아라 원장(리셋의원)과 함께 고온 샤워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들을 짚어보고, 건강한 샤워 습관에 관해 자세히 알아본다.
피부 장벽 허무는 고온수, '가려움·홍반' 유발 가능
고온 샤워는 개인의 체질이나 상태에 따라 피부 건강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뜨거운 물이 피부 천연 보호막인 피지(sebum)를 과도하게 씻어내고 표피 각질층(stratum corneum)을 손상시켜 피부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봉아라 원장은 "고온수에 노출된 피부는 혈관이 확장되고, 피부 내 히스타민(histamine)과 비만세포(mast cell) 활성화로 가려움이 심해진다"며 "피부가 건조해질수록 신경 말단이 더 예민해져 작은 자극에도 쉽게 가려움증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2년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피부가 44°C 고온 표면에 접촉하자 홍반(erythema)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또한 피부 장벽의 수분 보유 능력도 현저히 저하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럼에도 최근 영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6%가 고온 샤워를 즐기며, 일부는 데일 듯이 뜨거운 수준의 온도를 선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생식 기능 저하·숙면 방해… 심장질환자는 혈압 급변 주의
고온 샤워의 부정적 영향은 단순히 피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남성의 경우 생식 능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국제 생물학술지(Current Bi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난임을 겪는 남성 11명 중 고온수 사용을 중단한 5명은 정자 수가 평균 491% 증가했다. 정자는 체온보다 낮은 온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생성되는데, 고온의 샤워 습관은 음낭의 온도를 상승시켜 정자 생성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수면의 질 역시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취침 전 따뜻한 물 샤워는 긴장 완화와 체온 조절을 도와 수면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이는 '따뜻한' 물에 한정된다. 봉아라 원장은 "42°C 이상의 고온수로 장시간 샤워하는 경우 심박수 증가와 신진대사의 과도한 항진으로 신체 각성을 유발해 숙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뜨거운 물은 피부와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일시적으로 혈압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샤워 후 찬 공기에 노출되거나 갑자기 일어설 경우, 혈관이 반대로 급격히 수축하면서 혈압이 치솟는 '혈압 급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봉 원장은 "이러한 혈압 변동은 심장에 부담을 주어 협심증 악화나 심장발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적정 온도는 38~40°C, 샤워 후 3분 내 보습해야
이상적인 샤워 물 온도는 체온보다 약간 높은 38~40°C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온도는 피부 보호막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세정 효과와 피로 회복,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이다. 샤워 시간은 통상 5분에서 15분 이내로 권장된다. 횟수는 개인의 피부 상태나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매일 샤워하는 행위 자체가 피부 건조나 아토피 증상을 악화시키는 직접적 연관성은 크지 않으나, 샤워 시간이 길어지거나 물 온도가 뜨거울수록 피부 장벽이 약해질 가능성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봉아라 원장은 "피부가 민감하거나 건성·습진이 있다면 2~3일에 한 번 샤워하는 것이 적당할 수 있다"며 "과도한 세정, 오랜 시간의 고온 샤워를 피하고, 샤워 후에는 3분 이내에 보습제를 도포하여 피부 장벽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